스쿨 버스 운전하며 폐교 막은 시골 목사 | 운영자 | 2021-06-23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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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쿨 버스 운전하며 폐교 막은 시골 목사 23년 전 김영진
목사는 충남 보령시 천북면에 있는 시온교회에 부임했다. 교회는 가난했다. 마을 어르신들한테 인사를 드리면, 돌아온 대답은 늘 '걱정'이었다. 젊은 사람이 그 교회에서 어째 살려고 왔을까.
부임한 지 몇 달 안 돼서, 고가의 빔 프로젝터를 하나 장만했다. 교인들이 말렸다. 교회 형편이랑 안 어울리는 장비였다. 작은 시골 마을에 무슨 쓸모가 있다고 그러는지 젊은 목사의 행동을 이해 못 했다.
광목천을 떼다가 예배당 정면
강대상 있는 벽에다 걸었다. 빔 프로젝터는 영화 상영을 위한 프로젝트였다. 마을에 극장이 하나 생겼다. 동네 꼬마들에게 만화영화를 틀어 주고, 마을 주민들이 모두 함께 볼 만한 영화를 선별해서 달마다
꼬박꼬박 상영회를 열었다. 작은 교회로 마을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천북면 신죽리는 축산업의 본고장이다. 집집마다 축사가 있고 곳곳에 목장이 있다.
냄새는 생업만큼이나 치열했다. 동네 어귀마다, 마을에서 마을로, 시온교회 앞마당까지 고스란히 소똥 냄새가 점령했다.
김 목사의 두 번째 아이디어. "들꽃을 키워 보자."
우선 교회 앞마당에 산만하게 피어있는 들꽃들을 한 자리에 모았다. 정원을 예쁘게
가꿔 놓고, 교인들에게도 집집마다 그렇게 꽃밭을 가꿔 보라고 권했다.
2~3년을 그렇게
키우니 교회 앞 마당에도 집사님들 뒤안 뜰에도 들꽃이 제법 보암직하게 자라났다. 들꽃 전시회를 열었다.
목사도 교인들도 흐뭇해한다. 이듬해에는 축제로 번졌다. 마을 주민들도 모여들었다.
자그마한 잔치로 시작한 들꽃
축제가 10년을 거듭하면서,
'온새미로'(자연 그대로, 또는 생김새 그대로)
축제로 커졌다. 2009년과 2010년에는
보령시 '참 살기 좋은 마을 가꾸기' 사업에 연속 선정됐다.
마을 주민과 천북면 이웃들, 도시에서 온 손님들까지 해마다
1,500여 명이 모인다.
들꽃은 미끼였다. 사람들을 모아 놓고 마을을 자랑했다.
정직하게 기른 소고기 품질을 자랑했고, 양질의 우유와 유제품을 자랑했고,
유기농 배추의 신선도를 자랑했고, 소박한 시골 마을 정취를 자랑했다.
목회는 언제 하느냐고 물었다. 실제로 자기가 나서서 하는 일은 별로 없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시온교회 교인들이 지역 주민으로서 마을로 스며들어 지역을 살리는 일을 맡아서 잘 하도록
하는 일이 자기가 하는 일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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